10일만에 500만 돌파한 파묘. 하지만 호불호는 있다! 영화 <파묘>가 개봉 10일만에 500만을 돌파하고 6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파묘는 장재현 감독의 이전 작품들인 <검은 사제들>, <사바하>하고는 결이 비슷한 듯 다른 영화인 것 같아요. 한국 오컬트 영화의 장인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장재현 감독의 <파묘>는 빠른 속도로 관객 수 돌파 하면서 최근 가장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반면 영화에 대해 살짝 아쉬움을 표하는 관객들도 있는 호불호가 있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장재현 감독의 전작들을 너무 재미있게 봐왔었기 때문에 개봉 당일에 설레는 마음으로 <파묘>를 보러 갔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요. <파묘>에 대한 아주 주관적인 감상으로 리뷰를 한번 남겨볼까 합니다. (스포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장재현 감독의 세번째 장편 영화 <파묘>
글을 작성하는 중에 <파묘>가 600만을 돌파했다는 기사가 났네요. 화력이 어마어마한 것 같습니다. 600만 관객이 선택한 영화이므로 영화의 줄거리는 많이 알려져 있겠지만 그래도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니다.
미국 엘에이에 살고 있는 어마어마한 부자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과 ‘봉길’은 의뢰인 가족의 문제가 조상의 묫자리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한국으로 들어와 지관인 ‘상덕’과 장의사인 ‘영근’과 함께 의뢰인의 조상묘를 이장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명당 자리에 묻혔다고 생각한 조상의 묘는 악지에 있었고 불길한 기운을 느낀 ‘상덕’은 이장을 거부하지만 의뢰인과 ‘화림’의 부탁으로 결국 묘를 이장하기 위해 파묘를 하고 ‘상덕’의 예감대로 불길한 일들이 이어져 일어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영화 <파묘>는 알려진 대로 최민식 배우와 유해진 배우, 김고은 배우, 이도현 배우가 출연해서 열연을 펼쳤습니다. 오컬트 영화 특유의 분위기 만들기를 잘하는 장재현 감독과 훌륭한 배우들이 함께하기 때문인지 영화 초반부터 몰입을 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 중반부에 영화의 분위기가 조금 바뀌는데 그 부분이 관객들로 하여금 호불호를 느끼게 하는 것 같았어요. 저도 영화 후반부에는 조금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후반부에 너무 물리적으로 강력한 빌런(이라기 보다는 괴물..)이 등장해서 긴장감이 고조되긴 했는데, 그 긴장감은 초반부의 긴장감과는 결이 다른 긴장감이었어요. 주인공이 결국에는 다 죽어버리는 외국 공포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달까요. 주인공들이 다 죽는게 아닌가 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다가, 장재현 감독의 전작들을 보면 어떤 일이 있어도 결국에는 주인공들이 죽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그걸로 위안 삼아 볼 수 있었습니다. 역시, 이번 영화에서도 주인공들이 죽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괴물 다이묘가 엄청난 크기와 물리력으로 사람들 목을 조르고 몸 속으로 손을 넣어 간을 빼먹는데, 이런 괴물을 상대로 풍수사, 장의사, 무당 일행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싶어 무력감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영화에서는 화림이 상덕에게 괴물 다이묘가 귀신이 아니고 정령이라고 설명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정령은 요정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지 괴물 다이묘와 정령의 매치가 되지 않아서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숲의 정령, 나무의 정령.. 이런건 아름다운 느낌이잖아요
어쨌든 한반도의 척추를 끊어내겠다는 괴씸한 목적으로 땅 밑에 심어져 있던 엄청난 괴물 다이묘를 독립투사들의 이름이 새겨진 나무 방망이로 내려쳐서 해치우는 결말이 시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초반부의 원한 가득한 귀신이 활약하는 내용으로 후반부까지 진행되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도 많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가상으로 이런 이야기로 진행됐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 본 몇 가지를 적어보렵니다.
혼자 생각해 본 가상 이야기
초반에 미국에 사는 의뢰인이 관을 열지 말고 화장을 해달라고 요청하는데 알고보니 조상이 친일파이기 때문이었는데요. 솔직히 조상이 친일파 앞잡이라고 해도 현장에 있던 사람 몇몇의 입단속을 하면 될 일인데 지나치게 친일파라는 사실이 알려지길 꺼려하는 모습이 연출된 것을 보고 이런 이야기 흐름이었다면.. 하고 상상해 봤습니다.
미국에 사는 의뢰인은 엄청난 부를 기반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사업가이자 한인 사회에서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로 미국 정계 진출을 앞두고 있다. 정계 진출을 위한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갓 태어난 자녀가 이유도 없이 아프고 본인도 불길한 꿈을 계속 꾸고 있는 상황이라 용하다는 무당 화림을 찾는다. 무당은 선조가 묫자리가 불편하다고 후손을 저주하는 거라 이장을 해야 한다고 하고, 의뢰인은 한인사회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정계 진출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므로 조상이 친일파 앞잡이였다는 것이 알려지면 지지를 잃을 것이 두려워 이장을 할 때 관을 개봉하지 말고 관째로 화장을 해달라고 요청을 한다.
하지만 파묘 후 조상의 혼령(귀신)이 관을 나와 돌아 다니게 되면서 한국에 있던 친족들이 차례로 죽음을 맞게 되고 화림 일행은 조상의 혼령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하게 된다. 악령이 되버린 혼령을 잡기란 쉽지가 않았고 의뢰인은 우선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피신을 하기로 한다. 한국에서의 일은 화림 일행에게 맡기고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가 선거 출정식에 나서게 되고 지역의 많은 한인들이 그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다. 바다 건너 미국까지 악령의 기운이 미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출정 기념사를 하기 위해 마이크 앞에 선 순간 의뢰인의 몸에 악령이 빙의가 되면서, 많은 군중을 앞둔 악령은 본인이 과거 조선인 청년들에게 일본군 입대를 종용하는 연설을 하던 ‘영광의 순간’을 떠올려 일본 군대 제식에 맞춰 발을 구르며 혼을 담은 일본어 연설을 하게 되고 군중들은 아연실색 한다.
이런 내용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라면? 하고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악령을 잡기 위해 화림과 봉길이 굿이나 다른 무속 행위들을 진행하는 내용이 많이 나왔더다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에 상상해봤습니다. 봉길이 입원했을 때 화림 자매들과 하던 도깨비놀이 같은 흥미로운 장면이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서요.
결과적으로 저는 아쉬움이 조금 있긴 했지만 무척 재밌게 본 영화였습니다. 다른 분들의 후기나 리뷰를 보니까 역시 재밌게 보신 분들도 있고 아쉬움을 느끼신 분들도 있는 점이 호불호가 나뉘는 영화는 맞는 것 같습니다. 재미없다거나 보기 싫다거나 하는 영화가 아니라 토론거리가 있는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 화제가 되고 흥행이 이어지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아직 <파묘>가 한창 상영중이지만 장재현 감독의 다음 작품도 너무 기대가 되고, 장재현 유니버스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