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개봉한 영화 애니 <퇴마록>을 보셨나요? 저는 지난 주에 보고 왔는데요. 최근에 <더 폴-디렉터스 컷>과 퇴마록 중에 어떤 영화를 볼까 하고, 계속 고민하다가 <퇴마록> 예고편이 너무 흥미로워서 <퇴마록>을 보게 됐습니다. 혹시, 예전에 영화로 나왔던 걸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까요? 그때 너무 충격적이고 배신감? 같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각색이 많이 되서 제목만 소설과 같고 내용이 너무 달랐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 애니도 조금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봤습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애니의 퀄리티가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도 있지만 퇴마록은 내용이 중요한 부분이므로 소설의 주인공들과 배역들이 잘 표현되니까 너무 좋더라구요. 이 영화는 주인공 4인의 긴 여정에 앞서 소설의 서두 부분만 다뤘기 때문에 넷플릭스 같은 ott에서 시리즈로 만들어서 회차 별로 진행되는 시리즈물로 볼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흥미는 가지고 있지만 아직 안 본 분들이 계시다면, 꼭 영화관에서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퇴마록, 그 가슴 설레는 이름
퇴마록은 이우혁 작가의 오컬트 판타지 소설로 1994년에 발간된 이후 2013년 기준 누적 1,000만부의 판매량을 기록한 소설입니다.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퇴마록이라는 이름이 주는 공유된 감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인터넷 소설로 시작한 이 소설은 당시 입소문을 타면서 단행본으로 출판 되었는데, 당시 학생이던 저는 구매는 못하고 도서대여점(당시에는 도서관 말고 책, 만화 등을 대여해주는 매장이 있었는데 아주 인기가 많았습니다)에서 겨우 구해서 보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 인기가 좋았기 때문에 한참 대기 순서를 기다렸다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소설이 영상화가 된다면 엄청 날거라고 기대하면서 기다렸는데, 그 기대에 부응한 작품이 나오기까지 30년이 걸린 것 같네요. (중간에 있었던 영화는… 그냥 없었던 일로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소설로 읽은 지 하도 오래되어서 지금은 자세한 스토리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퇴마록에 대해서 잘 모르는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없이 볼 수 있도록 주요 인물들이 처음 만나는 부분부터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소설의 도입부이므로,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보려면 이 영화는 꼭 시리즈로 나와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삼백이 반으로 나뉘고, 다섯이 모자랄 때 불씨가 하늘을 모두 태우리라
이번 편에서는 박 신부님과 현암, 준후가 같이 모이는 에피소드로 박 신부님이 예전 친구인 장 법사의 부탁으로 밀교 법사들이 그들의 교주를 처단할 동안 그의 양아들인 준후를 안전하게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하지만, 역시 일이 그렇게 무난하게 흘러가지 않고 폭주한 밀교 교주를 박 신부님과 마침 같은 날 장 법사를 만나러 온 현암, 그리고 막판에 진실에 눈을 뜬 준후까지 모두 힘을 합쳐 악령에 씌인 교주를 처단하게 됩니다.
밀교의 법사들이 두려워하던 ‘삼백이 반으로 나뉘고, 다섯이 모자랄 때 불씨가 하늘을 모두 태우리라’ 라는 해동밀교의 예언은 그 예언을 잘못 이해하고 폭주한 교주에 의해 박 신부님, 현암, 준후가 만남으로써 실현이 되었던 것입니다. 악령의 꼬임에 넘어가 힘에 집착한 교주가 더 큰 힘을 얻어 예언이 실현되면 자신이 지상 최강의 신으로서 군림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하면서 결국은 자멸을 하게 됩니다. 예전에 장재현 감독님의 영화 ‘사바하’의 밀교 교주처럼 훌륭한 도인이었던 인물이 너무 특출난 나머지 예언을 자신의 뜻대로 해석하고 오해하면서 많은 이들을 희생시키고 결국에는 자신이 자멸하게 되는 엔딩은 언제나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영화 상에서 박 신부님의 캐릭터는 엄청난 벌크업의 거구로 나와서 영화 초반에 성당에서 악마를 때려잡을 때도 그렇고 밀교 교주를 퇴치할 때도 물리 퇴마에 적합하신 듯한 비주얼로 등장하셔서 조금 놀랐습니다. 하하하.. 퇴마는 역시 물리 퇴마가 최고입니다.
박 신부님 외에도 물귀신에게 동생을 잃고 복수에 눈이 멀었던 현암의 이야기도 중간 중간 등장하면서 캐릭터들의 서사를 야무지고 조화롭게 잘 표현한 것도 이 영화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주인공들의 개인 서사를 풀어 내는데 집중했다면 메인 스토리가 약해지면서 재미가 반감됐을 거예요. 저는 주책맞게도 준후가 장 법사의 죽음을 앞두고 진실을 깨달으면서 각성하는 장면에서는 눈물도 살짝 나왔습니다.
아..진짜로 우리나라 산 속 어딘가에 진법으로 둘러 쌓여져 있어 일반인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밀교 단체가 있다면 얼마나 세상이 흥미로울까 생각해 봅니다.
시리즈를 기원하며
퇴마록의 주인공들이 겪어나갈 긴 여정에 비하면 이 영화는 시작에 불과한 부분만 살짝 맛을 보게 해준 느낌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월향도, 소희 등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시리즈물이 절실합니다. 아직 퇴마록의 이야기는 시작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애니의 퀄리티 부분에서는 다른 분들의 리뷰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전혀 문제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145대를 이어온 해동밀교의 표현에 있어서 본거지를 지키고 있던 인원의 수가 너무 적어 보였던 것과 고속터미널에서 우등 버스를 타기로 한 박 신부님과 장 법사가 마을 버스 같은 것을 타고 산 속까지 가는 장면은 좀 안타깝기는 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는 외국에 외주를 줘서 고속버스를 몰랐나 싶었지만 100% 국내 작업을 확인하고는 모자란 제작비 탓이겠지, 하고 가늠해 봅니다. 하지만 역시, 악마와 악령의 구현은 너무 좋았습니다. 역시 실사 영화로는 한계가 있을 부분인데 애니로 제작되니 이런 부분에서 강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리즈로 만들 가능성을 열어 둔 것 처럼 쿠키영상이 있으므로 이 영화가 꼭 성공해서 후속작부터는 시리즈물로 만날 수 있다면.. 하고 바래봅니다. 감독님이 100만은 봐야 후속작이 가능하다고 하셨는데, 오늘 25년 3월 5일 현재 30만명을 돌파했다고 하니 희망을 갖고 후속편을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