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일’은 <킹스맨>시리즈로 너무 유명한 매튜 본 감독의 8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꾸준히 스파이 영화를 연출하고 있어서 이번 ‘아가일’도 시리즈 영화로 계속 만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킹스맨> 1편을 너무 좋아해서 극장에서도 3~4번 이상은 본 것 같아요. 워낙 킹스맨에 대한 애정이 커서 매튜 본 감독의 영화라고 하면 무조건 신뢰가 가기 때문에 이번 영화도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온전히 감독 이름과 스파이 영화라는 것만 보고 결정한 영화입니다. (스포가 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아가일>
‘아가일’은 영화 속 소설 주인공의 이름이자 소설의 제목입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스파이 소설 ‘아가일’로 베스트 셀러가 된 ‘엘리 콘웨이’는 마지막 권 집필을 완성하기 위해 부모님 집으로 가던 중 진짜 스파이 ‘에이든’을 만나게 되고, 알 수 없는 무리로 부터 습격을 받게 됩니다. 엘리가 집필 하는 소설이 현실 스파이 세계에서 진짜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엘리를 이용해서 ‘마스터 파일’을 찾기 위해 전세계의 스파이들이 엘리를 노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입니다. 헨리 카빌,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샘 록웰, 귀염둥이 고양이 등이 출연했습니다.
2월 개봉을 앞두고 1월에 출연진이 대거 내한 하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크게 흥행은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잘만든 B급 감성의 영화인데, 아마 <킹스맨>을 연출했던 감독인 만큼 관객들이 기대하고 있던 짜릿한 쾌감의 액션신 등이 기대에 못 미쳐서 그렇다는 평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킹스맨>을 떠올리지 않고 본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들에 대한 개인적 감상
출연하는 배우들은 헨리 카빌의 이름이 먼저 나오기는 하나 ‘엘리’역의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와 ‘에이든’역의 샘 록웰이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엘리의 동반자인 고양이 ‘알피’도 어떻게 보면 3인 1조 느낌의 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영화 후반부에 알피도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답니다. 처음에는 헨리 카빌의 멋진 액션 스파이물을 기대했었는데, 영화 도입부에 두아 리파와 나오는 부분 말고는 안타깝게도 그의 액션신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특이한 헤어 스타일을 하고 나오는데요, 일부러 헨리 카빌의 미모를 죽이기 위해서 세팅된 머리인 것 같습니다. 왜냐면.. 바보같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랬어요. 하하..
<나홀로 집에>에 나오는 케빈 엄마를 볼 수도 있었는데요, 케서린 오하라 배우는 계속 영화에 출연을 하는 것 같은데 왜인지 오랜만에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엘리의 엄마로 나오는데, ‘나홀로 집에’를 어릴때부터 자의든 타의든 엄청 많이 본 영화여서 그런지 너무 반가웠어요.
그리고 주인공인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그녀는 사실 저한테 있어서는 인터넷에 <영화 출연 비포 & 에프터가 가장 다른 영화배우> 사진으로 익숙했던 배우입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너무 사랑스러운 느낌의 배우였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그녀의 매력이 십분 발휘된 것 같았습니다. 사랑스런 느낌의 베스트 셀러 작가였다가 후반부에는 스파이로 변신하게 되는데 순간 순간 눈빛이 확 바뀌는 연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스파이 영화라고 하면 ‘멋진 남자 스파이와 그를 사랑하는 여자’ 플롯이 주를 이루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알고보니 여자 주인공이 소설가가 아니라 엄청난 능력의 스파이였다는 설정이 신선했고, 엘리가 소심하고 사랑스런 느낌의 소설가로 나오다가 나중에 각성하고 스파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액션을 할때는 타격감도 좋아 색다른 느낌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에이든’을 연기한 샘 록웰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스파이는 엘리 소설 속 주인공 아가일 같아서는 사람 눈에 너무 잘 띈다’면서 스파이라면 어디서든 있을 법한 모습을 해야 들키지 않는다고 엘리에게 말하는 것처럼 평범해보이지만 능력이 출중한 스파이 ‘에이든’을 잘 연기했습니다. 특히 영화를 보는 내내 에이든이 엘리가 믿어야하는 아군이 맞는지 아니면 엘리를 속이고 있는 다른 악당인지 계속 의문을 갖게 만들어서 영화가 더 흥미롭도록 만든 것 같아요.
영화에는 킹스맨 팬이라면 반가워할 ‘가젤’과 ‘발렌타인’도 나옵니다. 물론, 가젤과 발렌타인 역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고 소피아 부텔라와 사무엘 L. 잭슨이 나오는데 많은 장면에 나오는 건 아니지만 킹스맨 팬으로써 반가웠습니다. 존 시나도 나오는데 비중있는 역할이지만 분량은 매우 적었어요.
몇 장면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
우선 영화에서 좋았던 장면이 몇 장면 있는데요, 엘리가 처음 에이든과 같이 도망 다니면서 악당을 물리칠 때 에이든이 엘리에게 쓰러진 악당들의 머리통을 밟아 부수라면서 ‘하나 둘 셋 콰직’하는 트위스트를 알려줍니다. 몸을 트위스트 하듯 돌리면서 한 다리를 들어 머리통을 밟으면 된다고요. 아직 스파이 각성이 안된 소심한 소설가인 엘리는 에이든이 기절시킨 악당을 향해 다리를 들어 올리기는 했지만 결국 해내진 못합니다. 그 장면에서 복도에 쓰러진 여러명의 악당들을 보고 저는 킹스맨 1편에 폭죽터지듯 머리가 터지는 장면이 떠올라서 이번에는 어떻게 터트릴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냥 아무일 없었어요. 아마 감독도 그 장면에서 관객들이 킹스맨의 장면을 떠올리고 기대를 할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반전을 만든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엘리가 다리를 올리고 긴장이 고조되는 순간이 재밌었어요.
스파이 각성을 한 엘리와 에이든이 납치되었다가 탈출할 때, 색색의 연막탄을 날리면서 커플댄스를 추듯이 총을 쏴대며 악당들을 헤치우는 장면도 멋있었습니다. 킹스맨처럼 짜릿한 액션은 아니었고 조금 어설픈 느낌이 있었지만 그게 영화 ‘아가일’의 색깔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노랑 파랑 분홍 보라 등등.. 온갖 색깔의 연막탄이 터지면서 알록달록한 배경으로 두 주인공이 활약을 하고 서로 빙그르르 도는 장면에서는 하트모양이 생기기도 하더군요. 칼각의 각 잡힌 액션신은 아니어서 그런 액션을 기대하셨던 분들은 조금 실망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요, 스파이 각성을 한 엘리가 원유가 쏟아진 바닥을 아이스 스케이팅 하듯이 스케이트 실력을 뽐내며 악당들을 물리치는 신이었습니다. 워커에 단도를 꽂아서 스케이트화를 만들어 신고 원유 기름에 미끄러지는 듯한 슬라이딩을 하는데 아무리 B급 감성이라도 너무 나간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장면이 좀 짧았다면 적당히 B급 유머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 텐데 너무 길었어요. 옛날 CG느낌이 나면서 일본 만화 실사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갑자기 장르가 바뀐 느낌이었어요.
영화 <아가일>은 킹스맨이라는 큰 그림을 지우고 보면 큭큭대며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쿠키영상에서는 시리즈로 나올 것 같은, 킹스맨과 연결될 것만 같은 장면이 있었는데요. 매튜 본 감독의 스파이 시리즈 영화들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