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데드 돈 다이>는 어느 날 지구 극점의 변화가 생기면서 미국의 작은 마을 센터빌에서는 죽은 자들이 되살아나고 마을의 보안관인 클리프와 로니가 좀비를 막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의 ‘짐 자무쉬’ 감독의 B급 코미디 영화 입니다.
**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짐 자무쉬, 좀비, B급 코미디.
빌 머레이, 아담 드라이버, 클로에 세비니, 틸다 스윈튼, 스티브 부세미, 대니 글로버, 케일럽 랜드리 존스, 셀레나 고메즈, 오스틴 버틀러 등등의 호화 출연진.
위와 같이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키워드들 뿐이었기 때문에 넷플릭스 목록에 찜을 해놓고는 한참을 잊어버리고 있다가, 드디어 어젯밤 보고 말았습니다. 설마, 설마하는 마음으로 영화의 마지막을 확인하고 허망한 마음을 가눌 수 없어 리뷰를 작성해 봅니다.
실망스럽다기 보다는 미미한 분노를 느끼며 글을 씁니다.
짐 자무쉬
개인적으로 짐 자무쉬 영화에 대한 로망이 있는 1인이지만, 그의 영화를 볼 자신은 없어서 한번도 그의 전작을 본 적은 없습니다. <데드 맨>,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등의 영화를 언젠가는 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면서 그저 마음 한켠에 담아두고만 있었고요. 그러다 좀비는 좋아하지 않지만 ‘B급 코미디’ 장르를 짐 자무쉬가 연출한다니 이건 안 볼수가 없어! 하면서 기대하고 봤는데, 역시 도파민 인간인 나는 짐 자무쉬의 세계를 받아들이기는 아직 멀었구나 하고 깨달을 뿐이었습니다.
데드 돈 다이 The Dead Don’t Die
<데드 돈 다이>는 2019년도에 제작된 영화로 런닝타임은 104분으로 짧은 편입니다. 네이버 평점은 6.69로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는 55% 를 받았습니다. 플롯의 부재와 메타포 과잉이라는 평가로, 높은 평가를 한 사람들도 그저 자무쉬의 이름값으로 높은 점수를 준게 아니냐 하는 혹평을 받았는데, 이 의견에 100% 동의합니다.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작은 마을인 센터빌에서 지구 극점의 변화로 인한건지 좀비가 되살아나 살아있는 인간을 뜯어먹고 다니는 일이 발생합니다. 지역 보안관인 클리프(빌 머레이), 로니(아담 드라이버), 민디(클로에 세비니)는 처음에는 들짐승, 혹은 들짐승’들’의 소행이 아닐까 의심합니다. 하지만 로니는 좀비의 소행이라고 확신합니다. 한편, 마을에 새로 온 외지인인 장의사 젤다(틸다 스윈튼)는 시체의 부활에도 놀라는 기색없이 자신의 일본도로 되살아난 시체의 머리를 댕강 베어버립니다.
센터빌에 묻혀 있는 시체들이 모두 되살아나고 죽은 자의 숫자가 산 자의 수보다 많아서 그런지 주민들은 금방 좀비에게 당해버립니다. 이런 상황에도 보안관들은 순찰을 하기 위해서 차를 타고 마을을 돌아다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공포와 무력감에 빠진 민디는 스스로 좀비 속으로 뛰어들기까지 합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엄청 큰 비행접시가 날아오고 비행접시를 향해 달리던 젤다가 그 속으로 사라집니다. 남은 클리프와 로니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좀비와 싸우지만 결국 그들에게 잠식되어 버립니다. -끝-
스토리의 흐름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실제로 영화 흐름이 이렇습니다. 제4의 벽을 깬다고 하죠, 후반부에 갑자기 짐이 자신에게만 통대본을 줘서 결말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로니’ 아닌 ‘아담 드라이버’와 자긴 쪽대본 밖에는 받지 못했다는 ‘클리프’ 아닌 ‘빌 머레이’.
일본도를 들고 한참 수련(?)을 하다가 ‘아미타불’을 외우는 젤다, 틸다 스윈튼과 클리프와 로니 콤비에 껴있다가 그저 죽을뿐인 민디역의 클로에 세비니는 그래도 비중이 있었습니다만, 다른 유명 배우들은 단역 배우처럼 잠깐씩 나왔다가 사라집니다. 이런 배우들이 나와서는 다른 서사나 내용 없이 금방 죽어버리기에 놀라서 러닝타임을 확인했더니 영화의 20%만 남아 있는 상황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더니 비행접시가 나왔어요, 그리고는 그냥 떠났구요, 남은 콤비는 좀비떼에 공격당하고 영화 내내 숲에 숨어서 지켜보기만 하던 은둔자 밥이 ‘물질에 영혼을 팔았다’고 말하며 물질주의를 비판하는 듯한 메시지를 주면서 끝나죠.
이 영화의 다른 리뷰를 보면 짐 자무쉬의 물질주의의 비판과 당시 트럼프 정부에 대한 풍자가 내포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 면도 있지만 아주 호화로운, 요란한 빈 수레같은 영화같다는 것이 저의 감상입니다.
아이 엠 어 히어로
<데드 돈 다이>를 보면서 많이 생각난 영화가 <아이 엠 어 히어로>입니다. 짐 자무쉬 감독은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와 <부산행>의 오마주를 <데드 돈 다이>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는데요, 저는 두 영화를 보지않았기 때문인지 그보다는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와 비슷한 소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B급 코미디 좀비 영화라는 예고편에 낚여서 상영관에서 보다가 고어한 장면들이 나와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집념의 좀비에 덜덜 떨며 무서워하면서 봤던 영화인데, 진짜 재밌었습니다. <아이 엠 어 히어로>의 좀비는 죽기 전에 자기가 자주 하던 행동을 좀비가 되서도 계속 하게 된다는 설정인데, 좀비들이 출근을 그렇게 열심히 합니다…ㅠㅠ 여기에서 그 유명한 높이 뛰기 좀비가 나오죠.
<데드 돈 다이>의 좀비도 생전에 좋아하던, 혹은 자신이 많이 하던 행동을 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좀비들이 커피~, 샤도네이~, 와이파이~ 라고 중얼거리며 다닙니다. 와이파이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좀비를 보여주면서 물질주의에 대한 비판의 모습을 보여준거라고 합니다.
무지성으로 돌아다니는 좀비가 아니라 생전에 자기가 하던 행동을 반복하는 좀비라는 포인트가 두 영화의 닮은 점인데, <데드 돈 다이>는 허무개그가 남무하는 담담한(?) 좀비 영화라면, <아이 엠 어 히어로>는 고어하고 집념의 좀비들이 엄청 무서운, 도파민이 뿜뿜하는 영화라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짐 자무쉬의 홈무비
<데드 돈 다이> 이 영화는 짐 자무쉬의 컬리티 높은 홈무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칸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 되었지만 그저 그의 이름값과 호화로운 출연진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좀비라는 소재를 짐 자무쉬의 스타일로 잘 만든 영화지만, 관객들이 좀비라는 콘텐츠에서 원하는 점과는 너무 다르지 않나 싶습니다. 좀비 영화는 좋아하지 않아서 많이 보지 않았지만,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진짜 재밌게 봤습니다. 혹시 안보신 분들 있으시다면, 꼭 <아이 엠 어 히어로>를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