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젓가락 괴담이 실제로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설집은 ‘젓가락 괴담’을 모티브로 3개국의 작가 미쓰다 신조, 쉐시쓰, 예터우쯔, 샤오샹선, 찬호께이 이렇게 5명의 작가들이 모여 만든 괴담 경연집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처음 포문을 여는 미쓰다 신조의 소설에 보면 참고 문헌으로 <젓가락 – 사물과 인간의 문화사 102> 라던가, <젓가락 민속지> 등의 학술지가 언급된 걸로 봐서는 젓가락에 관련된 괴담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 널리 알려진 괴담 같지는 않습니다.
쾌 – 젓가락 괴담 경연
평소 추리소설을 좋아하기도 하고 괴담이나 공포 이야기도 좋아하기 때문에 미쓰다 신조 이름을 보자마자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요, 대만도 공포 영화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곳이니 대만 작가의 괴담집도 매우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같은 괴담을 소재로 한 단편 소설집이라서 작가에 따라서, 아마 작가의 국적에 따라서가 맞는 표현 같습니다만 소설의 분위기가 완전 바뀌기도 해서 흥미로웠습니다. 이전에 경성의 한 극장을 중심으로 여러 작가들이 같은 공간과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옴니버스식(?)의 단편집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단편집은 시대적 배경과 장소를 억지로 끼워 맞춘 것 같이 각각의 이야기가 하나의 줄기로 이어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동떨어진 이야기로 보기에도 매끄럽지 않은 느낌이었는데요. 이 단편집 <쾌-젓가락 괴담 경연>은 한 가지 소재를 중심으로 각각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개성있고 매끄럽게 펼쳐지다가 다른 작가의 글에서 자연스럽게 다시 이어져 나갑니다. 굳이 머리 아프게 억지로 연결하려고 생각하지 않아도 읽다보면 저절로 이야기가 이어져 단편집 전체가 하나의 소설집 같기도 합니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혹시 안보신 분이 있다면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강력 추천 합니다!
*스포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젓가락님 – 미쓰다 신조
야외 파티에서 아메미야 사토미는 어느 선생님의 괴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어느 지방에 젓가락으로 자신의 두 눈을 찔러 사망한 중학생이 유령이 되어 출몰한다는 등의 괴담이었는데, 그 지역이 아메미야의 고향이었기에 그녀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끼어듭니다. 자신이 초등학교 5학년 무렵 간사이 지역에서 전학 온 ‘네코’라는 동급생으로부터 소원을 들어준다는 ‘젓가락님’에 관한 의식을 따라했다가 겪은 기이한 경험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괴담을 들은 후 자신의 견해를 들려주고 그녀에게 소원은 이뤄졌는지 묻습니다. 그녀는 젓가락님에게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는 오빠의 처리를 부탁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당시 오빠는 자신의 눈을 찔러 자살했다고 말하며 사라져버립니다.
⇒ 야외 파티에 참석한 아메미야의 자기 소개로 시작하는 이야기 초반에 젓가락으로 눈을 찌른 중학생 유령이 출몰한다는 괴담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무리 괴담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재를 괴담으로 사용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쇠젓가락은 끝이 뭉툭한데 눈을 어떻게 찌르나 싶어서요, 그러다 다시 생각해보니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나무 젓가락을 사용하고 끝이 한국식보다는 뾰족할 수 있겠다 싶었지요. 그저 사람들이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있다는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한 소소한 장치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결말을 위한 아주 중요한 단서였습니다.
아메미야가 네코의 행동을 보면서 조부모께 배운 죽은 사람을 위한 밥을 짓는 법이라든가, 액땜을 위해 가족들이 사용하던 젓가락으로 사다리를 만드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제사가 끝나면 장손들이 제사를 지낸 밥을 먹는걸로 알고 있는데 책에 의하면 일본은 죽은 사람을 위한 밥은 산 사람이 절대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역시 비슷하면서도 다른 문화를 갖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산호 뼈 – 쉐시쓰
‘위선생’이라는 도사를 찾은 ‘청’은 결혼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며 중학교 동창과의 일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왕선군이라는 신령이 깃든 산호로 만든 젓가락 한 쌍을 목걸이로 만들어서 한시도 떼어놓지 않던 소년으로, 자신의 불행이 신령을 노하게 해서 만들어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신령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청은 몰래 젓가락 하나를 숨기고, 젓가락을 잃어버려 울부짖는 소년을 달래며 같이 바다에 갑니다. 그곳에서 발을 헛디딘 소년을 붙잡다가 놓치게 되지만 사람들에 의해 모두 구출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를 다시 만날 수 없었던 청은 젓가락을 숨긴 것에 대한 신령의 분노로 그가 죽을뻔 한 것이 아닌가 하고 깊은 죄책감을 품고 살아왔습니다. 위선생은 그날 제 3의 다른 어떤 힘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그제야 죄책감을 덜어내고 그때 그 동창 소년의 왼팔에 있던 물고기 모양 모반과 똑같은 모반을 갖고 있는 위선생에게 위로를 받습니다.
⇒ 퇴마를 하는 도사를 찾아가서 중학교 동창이 지니고 있던 젓가락에 진짜로 신령이 깃든 것인지에 대해서 질문하는 청이 무엇을 원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더군요. 알고보니 청은 친구에게 신령이란 존재가 없다는 것을 증명을 하기 위해(친구가 신령이라는 존재에 사로잡혀 살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젓가락을 훔쳤지만, 외려 바다에서의 사건으로 인해 신령이 진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죄책감을 지니고 살아왔던 것이었습니다. 귀신 소환이나 퇴마하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귀신의 농간보다 어린 시절 친구를 구해주지 못했다는 어린 소녀의 괴로운 마음이 전해져 왔습니다.
이 단편에 출연하는 ‘위선생’은 쉐시쓰 작가가 다른 만화가와 협업하여 연재하는 <불가지론 탐정>에서도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다고 합니다. 위선생이 저승과 이승을 넘나들며 기이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작품이라고 해서 궁금함에 찾아봤더니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아직 볼 수 없는 작품인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저주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 – 예터우쯔
궁팅충, 린리나, 리이즈, 예쓰제는 인터넷 방송을 하는 팀입니다. 어느 날 라이브 방송 중 팅충이 광고용 라면을 먹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경찰이 현장에 있었던 3인에 대해서 조사했으나 범인은 귀신 신부 괴담 관련해서 화가 난 안티의 소행으로 결론을 냅니다. 귀신 신부 괴담이란 신냥탄 연못에 내려오는 도시 전설이었는데, 팅충이 조회수를 올리고자 없는 내용을 만들어서 퍼트리고는 그 괴담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렀을때 사실은 자신이 만든 스토리로 귀신 신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표합니다. 젓가락에 증오하는 사람의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적어서 신냥탄 호수 근처에 두면 귀신 신부가 저주한다는 내용 모두 만들어낸 것이라고요. 이에 팬도 급증하고 안티도 급증했을 때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후 각자 다른 일을 하며 지내고 있는데 리나에게 귀신 신부로부터 메세지가 도착합니다. 범인은 나머지 3명 중에 있다고요. 귀신 신부는 너희 4명 모두 죄값을 치러야 한다면서도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합니다. 누구를 믿고 누구를 의심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 쓰제는 이즈가 범인 같다고 하고, 이즈는 쓰제를 의심합니다. 아무도 믿을 수없기에 사건 당일의 동영상을 여러차례 돌려 보다가 범인을 유추하게 되는데 동기를 알 수 없었습니다. 동기를 찾기 위해 귀신신부와 연결된 신냥탄 근처의 기사를 알아보다 인근 도로에서 일가족이 사고를 당한 기사를 보게 됩니다.
팅충이 단지 채널을 알리고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낸 가짜 괴담은 중학생들한테 특히 인기가 많았고, 그 중에서 괴담을 믿고 친구를 저주하다가 친구 가족이 교통사고로 죽게되자 죄책감에 자살까지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 소녀의 언니가 쓰제로 팅충을 죽인 범인이었습니다. 귀신 신부는 교통사고로 온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남아 식물인간 상태로 입원해 있던 소녀였구요. 물고기 모양의 모반을 갖고 있던 소녀는 귀신 신부로 메세지를 보내 그들을 교란시키고 그들이 죗값을 받기를 원했습니다. 아마 그들 3명은 죽을때까지 귀신 신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것 같습니다.
⇒ 이번 편은 젓가락 괴담보다는 탐정 추리소설 같았습니다. 팅충의 죽음에서 땅콩 알러지인 그에게 땅콩기름을 묻힐 수 있는 방법인 무엇인지, 상황에 대한 설명이 여러번 반복되며 독자로서 같이 추리해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메세지를 보내는 귀신 신부는 과연 누구인가 하는 궁금증도 더해져 누구에게 더 의구심을 가져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했습니다.
악어 꿈 – 샹오샹선
사창가에서 일하는 여인이 손님으로 오는 일본인 남성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다섯살에 민며느리로 어느 집에 들어가서 일년 후, 남편이 태어나고(대만에서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부인감으로 민며느리를 들인다고 합니다. 아내가 미리 있다면 하늘에서 그 집에 아들을 점지해준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란성 쌍둥이 남매를 키워내며 아이들이 10살쯤 됐을 때 도시에 나가 사는 대학생 청년을 만나 사랑에 빠져 아이가 생겼지만 임신을 들켜 가족들에게 낙태를 당하고 분노 밖에 남지 않아 온 가족을 저주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어느 강연 자리에서 젓가락 괴담에 대한 릴레이 소설을 집필한 작가에게 장원융이라는 기자가 다가옵니다. 그는 일본과 대만, 홍콩 등지에 널리 알려진 젓가락 괴담에 대해서 취재를 부탁하고 소설가는 그에 응합니다. 젓가락님에 대한 의식을 행하는 사람들은 항상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 어느 학교 교실에서 깨어나는 꿈을 꾼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 학교가 수장된 대만의 한 초등학교일 거라는 단서를 말해줍니다. 그러다 그 초등학교에서 실제로 5학년 9명의 학생이 실종되었다가 1명의 여학생만 살아 돌아온 것을 알게됩니다. 그녀는 장원융의 전부인으로 집에서 모시는 왕선군이 깃든 젓가락을 물려받은 사람이었습니다.
갈수기에는 강에 잠긴 초등학교가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작가와 원융, 그의 아들은 초등학교를 찾았다가 그곳에서 실종된 아이들의 가방과 소지품을 발견하고 그동안 숨겨왔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들과 함께 젓가락 괴담을 파헤치던 작가가 예전에 그 마을에서 민며느리로 살던 소녀였고, 그녀 남편의 이란성 쌍둥이 여동생이 원융의 전부인이었습니다. 낙태를 당한 후 가족들을 저주하던 소녀는 집안에서 귀하게 여기던 산호 젓가락으로 저신이라는 의식을 치르면서 가족을 저주하고, 그를 몰래 듣고 있던 여동생이 독약을 이용해 오빠를 죽이려다 학급 전체를 몰살하고 말았던 겁니다. 이를 알게 된 어린 작가는 여동생이라도 지키기 위해 그 사건을 실종으로 위장하고 그동안 모든 사실을 숨기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 죄없이 죽은 어린 영혼들을 위해 언젠가는 그 사실이 알려지기를 바라며 사창가에서 일을 하며 젓가락님에 대한 괴담을 만들어 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다녔던 겁니다.
이야기는 퍼져 나가면서 이상한 힘을 얻었는지 관련된 사람의 몸에 모반이 생기고 불운한 일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 옛날, 저신 의식을 행하면서 귀신을 부르기만 하고 보내지는 않아서 생긴 저주 같다고 생각한 작가는 송신 의식을 준비합니다. 원융과 그의 전부인 사이의 아들, 위선생에게 산호 젓가락을 받아서 다시 저신 의식을 치르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평범한 대화를 하면서 송신을 마칩니다.
⇒ 자전적 소설처럼 소설 속 작가도 일본, 대만, 홍콩의 작가들이 모여 젓가락에 대한 괴담 소설을 집필한다는 진행방식이 흥미로웠습니다. 왕선군의 산호 젓가락도 나오면서 앞의 단편들과 어떻게 이야기가 얽히게 될까 하는 궁금증도 커졌구요. 일본의 유명한 미스테리 작가 M도 등장하고, 산호 뼈의 위선생도 등장하지만, 이번 단편의 주인공은 5살에 남의 집에 민며느리로 들어가 ‘인간’으로서 살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민며느리라면 부여, 옥저가 떠오르는데 대만에서는 꽤 최근까지(소설 속 초등학생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1978년에 벌어졌다고 나오니까요.) 있었나 봅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민며느리’라는 존재로만 살아야했던 어린 소녀가 안타까웠고, 낙태와 사체 유기 그리고 매춘까지 평범하지 않은 일생을 살면서도 그녀가 소설가로 당당히 살아가는 모습에 조금 위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8명의 어린 학생들의 희생에 죄책감을 갖은 모습을 보이지만 왜 주술행위만 하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는지 의문입니다. 아이들의 시체를 찾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을 테지만 최소한 그들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추모할 장소를 특정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었을텐데요. (귀신이었든, 사람이었든, 범죄 행위에 경찰의 공권력이 관여하지 않음의 이 찝찝함은..제가 한국인이라서 느끼는 걸까요? )
그리고 다른 작가들이 작성한 소설의 내용을 토대로 이렇게 깊은 내용의 글을 써내려가는 작가의 필력에도 찬사를 보내게 됩니다. 젓가락 괴담과 물고기 모양의 모반, 이 두 가지만을 가지고 같은 문화권이라도 나라가 전혀 다른 일본과 대만의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뿐입니다.
해시노어 – 찬호께이
핀천은 작가님과 아버지, 이복형 위선생이 산호 젓가락으로 ‘송신’ 의식을 치르기 전에 젓가락님 의식을 치르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소원이 이뤄져 신양탄의 사고로 식물인간 상태였던 ‘샤오쿠이’가 의식을 되찾고 신냥탄에서 핀천을 구해주고 친구가 된 ‘아원’과 함께 젓가락님 저주와 관련된 근본적인 해답을 찾고자 수사를 시작합니다. 이복형에게는 송신 의식이 끝나고 산호 젓가락 한 개를 받고 그가 일전에 바다에 던졌다는 나머지 한쪽을 찾아 짝을 맞추기 위해서요. 아원이 홍콩의 어느 골동품 가게 기사에서 발견한 산호 젓가락 한 쪽을 알아보고, 골동품 가게의 단골 3인에 대해서 취재를 시작합니다.
3인 중에 ‘청고래 과학기술’이라는 회사의 대표가 나머지 산호 젓가락을 가져간것 같다고 추리합니다. 아원에 따르면 산호 젓가락은 당나라 시대의 사람 왕선군의 신령이 아니라 훨씬 이전의 물건으로, 선천적으로 물고기 모양의 모반이 있는 사람이라면 젓가락을 이용해 신령을 소환하여 소원을 요청할 수 있고, 소원이 이뤄지기 위해서 젓가락 의식을 통해서 사람들의 저주나 원한을 에너지로 사용한 것 이라고요.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산호 젓가락을 소유한 사람은 대표가 아닌 ‘옌짜이산’이라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산호 젓가락을 이용해 회사의 중요한 위치까지 올라가 회사를 키우고 자신이 대표가 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핀천이 가지고 있는 나머지 산호 젓가락 하나를 더 얻기 위해 그들을 납치 하는데, 옌짜이산도 생각 못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아원 또한 핀천의 젓가락에 깃들은 신령이라는 점 입니다.
옌짜이산에게 나머지 한 짝의 젓가락을 빼았고 그에게는 평생 죄책감으로 괴로워 하는 벌은 내립니다. 젓가락님과 아원은 신령이나 귀신이 아니라 ‘이계의 물체’로, 중국의 상고시대 신화에서는 각각 ‘곤’과 ‘우’ 로 불리던 존재였습니다. 산호 젓가락은 소원이나 저주를 들어주는 도구가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문‘을 만들어 주는 도구였습니다. 아원은 젓가락님을 고향으로 보내주고 자신은 나머지 동료들을 찾기 위해서 남습니다. 핀천은 아원의 동료로 그와 여정을 같이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것으로 < 쾌 – 젓가락 괴담 > 대단원의 막이 내렸습니다. 핀천은 ‘악어 꿈’에 원융의 아들로 나왔던 인물이고, 샤오쿠이는 ‘저주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편의 메세지를 보내는 귀신 신부였는데 새로운 인물 ‘아원’과 함께 SF적이면서도 동양적인 추리물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다른 작품에 나온 인물들을 모아 이전 작들과 연결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다니, 감탄만 나올 뿐입니다.
제목의 ‘쾌’는 젓가락을 뜻하는 한자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저’라는 한자를 쓴다고 소설에 나와 있는데, 젓가락이라는 한자부터 젓가락의 기원을 가지고 등장인물들이 토론을 벌이다가 중국의 상고시대 이야기까지 범위가 넓어지길래, 이야기가 산으로 가나? 하고 살짝 의심을 품었었는데. 작가님은 다 계획이 있었던 겁니다. 마지막 편은 괴담과 저주의 무거운 느낌이 아니라 ‘아원’의 유쾌한 농담들이 더해져 신비롭기도한 SF계의 추리소설로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시리즈로 아원과 핀천의 괴담 추리물이 나와도 재미있을 것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시쯔 작가의 위선생 시리즈와 함께하는 세계관을 만들어서 마블 시리즈처럼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요?
괴담 릴레이 소설에 대한 제안을 받고 찬호께이 작가가 다국적 프로젝트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여러 문제로 어려울 것 같다고 하고는 미쓰다 신조 작가를 섭외했다며 놀라웠다고 ‘작가 후기’에 기술했습니다. 흠.. 우리나라 작가도 참여했으면 좋았을텐데. 하지만 쇠 젓가락을 사용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저주를 하기 위해 젓가락에 이름을 적을 수도 없고, 무엇보다 밥을 먹는데 사용하는 (거의) 신성한 젓가락을 그런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서 젓가락 괴담을 상상할 수도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핫.